지구로부터 떠나는 달을 다시 데려와야 하는 퐁 + 로그라이트 게임 MOONPONG: Tales of Epic Lunacy 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후가 망가져가는 지구에게서 떠나는 달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NASA 에서 거대한 퐁 패들을 만들어 달을 튕기면서 다시 지구로 돌아오게 조종하는 "Moon Paddle"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정신나간 스토리로 시작되는 게임이다. 실제로 게임 내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패들 위를 튕겨다니는 공은 그냥 공이 아니라 달 그 자체이고, 그래서인가 달을 이용해 공격하는 적들은 구름, 우주선, 별같이 크기가 천상계적인 존재들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보스급 존재인 Remy 또한 지나가는 사람 정도가 아니라 규모가 거대하고 초월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게임 내 얼굴만 비추는 것 치고는 꽤 큰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천계의 배경을 담당하는 비주얼은 화사한 색깔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이키델릭한 비주얼에 익숙하지 않다면 시각적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게임플레이 자체는 고전 게임 중 하나인 퐁 (Pong) 만 알면 게임을 시작하자 마자 바로 적응할 수 있을만큼 간단하다. 1차적인 목표는 달이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거대한 패들 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조종하면 되는 것이고, 2차적인 목표는 정해진 시간 동안 살아남으면서 적들을 물리치며 / 마지막으로는 보스를 잡아 돈을 얻은 뒤 상점에서 생존을 늘릴 수 있는 아이템들을 구매하는 것이다. 게임 내 나오는 적들의 경우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 합쳐보면 한 10종류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적이 다양한 건 아니다. 그래도 게임을 하면서 변종 - 색깔이 다르며, 체력이 많거나 달과 상호작용할 때 상태이상을 부여해서 플레이어가 달을 쳐내기 더 어렵게 만든다 - 적들이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난이도를 올리기 때문에 적의 종류가 많지 않은 게 큰 단점으로 느껴지지는 않았고, 게임의 한 판 자체가 그리 길지 않아 지나치게 다양한 적의 종류를 넣을 수 없는 구성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적들을 잡으면 돈을 얻을 수 있는데, 이렇게 얻은 돈은 게임을 하면서 등장하는 상점에서 쓸 수 있다. 이 상점이 참 골때리는 게, 상점이 등장하는 게 게임을 하다보면 특정 시간때 화면에 동그라미가 등장하는데, 이 동그라미에 달이 들어가도록 경로를 조정해야 한다. 상점이 시간제한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닫히는 건 둘째치고, 상점 안에서 물건을 살 때도 공이 그 물건에 닿도록 경로를 조종해야 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원치 않은 물건을 산다던가, 상점에 들어갈 때 가속도가 너무 빠르면 들어가자마자 튕겨져 나와서 아이쇼핑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다행히 게임을 하다 보면 상점에 잘 들어가는 컨트롤 및 아이템 구입 컨트롤이 늘어서 그렇게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고, 이렇게 상점이 화면에 뜨는 것도 이 게임의 매력이라 생각해 너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다행히 아이템들의 경우 종류가 많기도 하지만, 아이템 간 개성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일반 등급의 아이템은 전반적으로 좋은 효과 (패들의 길이 늘리기, 보스에게 더 많은 데미지 가함) 을 지니고 있고, 희귀한 등급의 아이템은 재미있는 효과를 지녔거나 확률적으로 독특하면서도 강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특히, 매우 희귀한 아이템 중 일정 확률로 볼링 핀이 화면에 나오는 아이템이 있는데, 달처럼 패들에 튕길 수 있기 때문에 컨트롤이 좋으면 화면이 볼링 핀들 때문에 난장판이 되는 걸 목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로그라이트의 매력 포인트들인 다양한 아이템 +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난이도 (특히 가장 어려운 난이도인 Lunatic 난이도는 꼭 한 번 깨보는 걸 추천) + 초현실적인 배경 및 연출 때문에 취향은 적격한 게임이나, 약간은 불편한 점들도 있었다. 먼저, 게임 내 대부분의 오브젝트들이 흰색으로 표기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흰색인 달이 플레이어의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어 목숨을 잃을 때가 있었다는 점이다. 다행히, 게임 내 옵션으로 달 및 패들에 모자를 씌워서 가시성을 높이는 설정이 있으니 - 게임 내 튜토리얼에서도 이를 권장하기까지 한다 - 모자를 씌운 뒤 게임을 하면 게임 진행이 원활해질 것이다. 다른 아쉬운 점은 게임 내 상점에서 물음표로 보여주는 아이템들을 팔 때가 있는데, 확률적으로 표기된 등급보다 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적어서 대부분의 경우는 돈 낭비를 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물음표로 보여준 아이템들이 약간은 더 가격이 낮은 대신, 해당 등급의 아이템만 나온다면 밸런스적으로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결론적으로, 퐁이라는 게임을 사각형이 아닌 원형의 화면에 대입함과 동시에 로그라이트 장르를 같이 결합시켜 나온 재미있는 결과물이라 추천. 한 판이 약 20분 정도라 단편적으로 즐기기 좋은 분량의 게임임과 동시에, 게임 내 모든 컨텐츠 (모든 업적 + 콜렉션 채우기) 를 목표로 하면 의외로 플레이타임이 길어질 수 있는 게임이라 즐길 거리도 잘 챙겨놓았다 생각하여, 새로운 로그라이트 게임을 찾고 있다면 한 번 해보는 걸 권장한다. 여담) 최종 보스를 잡지 않고 버틴다면 다른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에서도 볼 수 있는 "루프" 시스템에 진입할 수 있는데, 같은 구조의 스테이지에 더 어려운 적들이 등장하는 건 물론이고, 한 스테이지를 끝낼 때마다 "저주받은 아이템" 을 강제로 집어야 한다. 이런 아이템들은 강력한 부정적인 효과를 부여하는데, 이 페널티가 생각보다 너무 강해서 최고기록이 2루프를 넘기지도 못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