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세 레즈비언이 거대 로봇으로 전투하면서 연애하는 비주얼 노벨. 시대적 배경 / 세계관이 꽤 독특한 게임인데, 1981년이라는 "과거" 에 태양계 너머에서 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들이 공격을 해 오기 시작하였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우주적인 전쟁을 치루기에 알맞은 거대 로봇들을 만들어 해당 존재들과 싸우면서, 이 로봇들을 조종할 천재적인 아이들을 교육해 내었고, 우주에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세우기 시작하였다. 문제는 생각보다 이 존재들이 쉽게 쓰러져서 로봇들을 더 생산할 필요 / 우주에 도시를 세울 필요가 없게 되었고, 결국 "지구에 남아 있으면서 우주에 사는 사람들을 배척하는 집단 vs 우주에 살면서 자신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집단" 의 싸움이 되었다.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실제로 플레이어가 선택을 내리는 시간대는 세상이 바뀌기 전 8일로, 플레이어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주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운명 (이라고 쓰긴 했지만, 게임 내 세 주인공의 운명이 더 정확하다) 이 바뀌게 된다. Heaven Will Be Mine 은 세 주인공의 시점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Saturn 의 경우는 과거에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거대 로봇을 실제로 제어하지는 못 하다가 로봇 하나를 어거지로 탑승하게 된 인물로, 셋 중 가장 직설적으로 말하면서 성격이 털털하다. 참고로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는 Saturn 으로 시작할 것을 권장하는데, 왜냐하면 나머지 2명은 과거에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인물이라 플레이어가 처음 보면 이해하기 힘들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말을 난해하게 하는 면이 있어서 스토리의 전반적인 설정을 먼저 파악하는 데는 별로다. Luna-Terra 의 경우는 로봇을 조종하는 파일럿으로 교육된 세대의 사람들 중 첫 세대에서 나온 인물로, 셋 중 가장 전투 경험이 많으면서 다른 2명보다 이 세계관의 과거에 대한 대화가 많기 때문에 (나처럼 처음에 간지난다고 이 캐릭터로 시작했다가 게임 내 텍스트를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참사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면) 어느 정도 세계관에 관한 실마리가 잡혔을 때 해보는 걸 권장한다. Pluto 는 세 인물 중 가장 난해한 말투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지닌 인물로, 캐릭터 본연의 성격 때문에 스토리의 서술 방식이 은유적 표현 및 심볼리즘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과거가 Luna-Terra 와 많이 얽혀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선택지가 싸우면서 화해하려는 방향이 많다. 엔딩을 보는 방식은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든 똑같은데, 선택지별로 어떠한 특정 집단 (faction) 을 선호하는지 드러나며, 8일 동안 가장 많이 선호된 집단의 방향대로 지구 및 우주의 미래를 바꾸는 엔딩이 나온다. 캐릭터가 속하지 않은 집단을 고른다고 불이익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본인이 원하는 선택지를 고르면서 엔딩을 보는 게 만족스러울 것이다. 여기까지만 적으면 그냥 평범한 SF 비주얼 노벨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우리는 이 게임의 개발자가 We Know The Devil 을 만든 개발자라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 게임을 해보지 않았다면,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 "난해한 텍스트 서술방식". 이 게임도 사실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게임 내내 중력가속도가 지구와 다른 행성과 불협화음을 일으켜 거대 로봇들이 지구에서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다면서 (현대 물리학자들이 오열할) 비유를 한다던지, 게임 내 세계관을 텍스트의 장벽으로 (은유적으로) 서술해 놓은 이메일을 수십 장 봐야 한다던지, Saturn 과 대화할 때는 서로 썸타는 것 같은 Pluto 와 Luna-Terra 가 서로 대화할 때는 뭔 헤어진 커플이 재결합하는 부부클리닉에다가 지들만 아는 과거를 (역시 은유적으로) 이야기하면서 플레이어에게 혼란을 준다던지 등등 - 이 게임은 결코 친절하게 스토리를 떠먹여 주는 비주얼 노벨이 아니다. 그런데 왜 We Know The Devil 은 비추천을 하였고 그 게임의 정신적 후속작인 이 게임은 추천을 하였냐면, 의외로 Heaven Will Be Mine 은 전작과 비교하면 스토리 이해가 되는 선녀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확히 감을 잡으려면 모든 캐릭터의 시점으로 한 번씩은 플레이를 해야 할 것이며, 처음 맨땅에 헤딩하는 것 마냥 엔딩을 보면 이해가 잘 안 가는 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업적을 다 따기 위해 모든 캐릭터의 시점으로 한 번씩은 게임을 바라보고, 모든 엔딩을 보면 스토리를 어느 정도 알아듣게 해석하는 게 가능하다. 사실 전작의 경우도 스토리 자체는 의외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그걸 너무 모호하게 숨겨놓아서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지, 그나마 이번 작에서는 그 모호함을 덜어내고 좀 더 직관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몇몇 보여서 100% 난해한 서술 방식보다는 75% 난해 + 25% 직관 에 가깝기 때문에 스토리에 좀 더 가까히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전작 We Know The Devil 보다 스토리 / 세계관의 서술 및 추상적 관념의 활용, 캐릭터의 개성과 상징성, 그리고 사운드트랙 면에서 (Oxygen Ocean 이랑 Terraformer 는 이 게임을 안 할거라도 꼭 들어보는 걸 강추한다) 발전을 이루어낸 게임이라 추천한다. 굳이 아쉬운 점을 뽑자면 텍스트 빨리 넘기기가 없다는 점인데, 다행히 수동 저장 및 불러오기 기능은 있으니 저장을 꾸준히 한다면 별 문제점은 없을 것이다. 여담) 스팀 평가 중에 레즈비언게리온 이라는 드립을 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던데, 안타깝게도 에반게리온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이 드립이 정확한지는 분석을 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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