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친 이빈스키: 위쳐와 CD Projekt RED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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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롤링스톤즈

 

 

Q. 미국에서, 사람들은 RPG게임을 “서양식” 과 “일본식”으로 구분짓고는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스튜디오인 CD Projekt Red는 폴란드에 있죠. 그리고 위쳐3는 그 두 카테고리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동유럽 RPG? EERPG? 당장 그럴싸한 이름을 하나 지어내 봅시다. 뭐, 지금부터 공식적으로 불러보도록 하죠.

 

 

Q. 위쳐를 보면 스토커나 메트로2033같은 우크라이나산 게임이 떠오릅니다. 테마적인 부분에서 위쳐와 비슷한 부분이 있기도 했었죠. 비디오 게임에도 구 공산권 스타일이 있는 건가요?

 

우리가 과거 공산권 국가였다는 사실이 게임을 만드는 데 있어 확실히 뭔가를 더해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이 우리를 정의할 만큼 중요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우리 나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면이 있죠. 

 

위쳐 같은 경우, 제 생각에 위쳐는 우리나라의 역사라던가 전설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왜냐하면 원작가인 안제이 사프코프스키가 그것들에 의해 영감을 받았으니까요. 그는 많은 동유럽, 서유럽 설화들을 수집해서 그것들을 분해하고 재조립시켰습니다. 우리는 그 위에다가 폴란드의 역사를 덧입힌 것이죠. RPG에서는 최초로, 우리는 중세 폴란드를 묘사한 겁니다, 당시의 건축물들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몇 년 전에 과거 폴란드의 마을을 묘사한 박물관에 갔었는데, 그곳에 가보면 위쳐에 나왔던 것과 비슷한 것들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저에게 있어, 그것은 의미가 있죠. 미국인들에게는, “와우, 이거 멋있어 보이는데.” 라고는 생각할 수 있어도, 그게 어디서 나온 건지는 알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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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3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세 폴란드 스타일의 건축물

 

 

Q. 제가 위쳐3에서 좋아했던 점 중 하나는 벨렌, 노비가르드, 스켈리게 같은 각각의 지역이 많은 사이드 퀘스트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게롤트와 시리와 관련된 메인 스토리와 완전히 별개의 것이었죠. 거의 새로운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왕좌의 게임의 새로운 시즌을 보는 느낌처럼요.

 

그건 우리 개발자들 각자가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벨렌 지역을 살펴보면, 그곳은 슬라브 지역과 비슷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벨렌을 돌아다닐 때 중세 폴란드 지방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었죠. 노비그라드로 이동했을 때는, 암스테르담이나 폴란드 발트해 쪽에 있는 그단스크 같은 느낌도 나더군요. 스켈리그 같은 경우는 빼도 박도 못하게 스칸디나비아와 똑같죠. 우리들이 그렇게 하려고 애를 쓴 이유는 이 게임이 가짜가 아닌 진짜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Q. 미국 RPG에서, 보통 주인공은 엄청난 영웅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위쳐3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더군요. 게임 초반 게롤트와 베스미어가 여관의 주민들을 괴롭히는 병사들을 학살할 때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베데스다 게임 같은 경우는, “잘했어요, 영웅님!” 이라고 한다면, 당신들 게임에서는, “너희들은 괴물이야. 우린 너희들이 무섭다고!” 라곤 하죠.

 

그게 바로 사프코프스키(위쳐의 원작자) 소설의 특징이죠. 선악의 구분이 불분명기 때문에, 항상 자신의 선택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고,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조차 알 수 없습니다. 마치 진짜 사람의 인생과 비슷하죠. 그게 우리가 좋아하는 것입니다. 위쳐는 기존의 영웅을 분해해서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영웅을 만드는 것과 같았죠. 저 역시도 미국 RPG게임이 무엇이 선한 행동인지를 훨씬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이야기를 하자면, 처음에 우리는 저와 제 고등학교 친구인 미하우 키친스키, 이렇게 2명이서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게임 배급을 했죠. 둘 다 RPG에 미쳐있었습니다. 그래서 발더스 게이트를 개발한 Ray Muzyka와 Greg Zeschuk를 만나볼 기회도 가질 수 있었죠. 그들은 우리의 롤모델이었습니다. 우린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는 다 해봤거든요. 하지만 그 게임은 뭐랄까, 항상 악당인 사레복을 찾아가서 그와 싸워 이기는 게 주된 내용이었어요. 그 때,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 여기다가 색다른 요소를 추가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마치 현실의 사람들 같은 좀 더 애매모호하면서 복잡한 캐릭터들을 만들어 보는 것을 말이죠.

 

현실의 사람들은 항상 삶의 선택에 대해서 만족할 수 없습니다. 간단하게 풀릴 만한 일도 때로는 아주 끔찍하게 꼬이기도 하죠. 처음에는 좋아 보였던 결정도 나중에 보면 완전 망해서, “이제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라며 걱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쳐에도 약간 그런 면을 넣은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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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 Muzyka와 Greg Zeschuk

 

 

Q. 위쳐3의 초반부를 보면, 베스미어가 게롤트에게 “예전에는 훨씬 단순했었지. 괴물들은 나빴고, 사람들은 착했어.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복잡해졌지.” 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제 생각에 그 대사가 위쳐라는 게임의 전체적인 테마를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에서도 그렇고, 게임에서도 그렇고, 위쳐에서 최악의 괴물은 바로 인간입니다. 저는 “어른스러운” 이라는 단어를 정말 쓰고 싶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그 뜻 자체가 아주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른들을 위한 게임을 개발했는데 말이죠. 우리는 그들을 즐겁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들을 놀라게 만들고 싶었어요. 성인들의 시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피의 남작 퀘스트를 보면, 그건 분명 판타지가 맞죠.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괴물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현실적이면서, 비극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예전처럼 많이 게임을 하지는 않습니다만, 문화를 소비하는 것은 정말 좋아하죠. 어떤 형태의 엔터테인먼트를 접하든 저는 깜짝 놀라고 싶습니다. 일종의 신선함을 느껴보고 싶은 거죠. 새로운 것을 접하고 싶은 겁니다. 예를 들어 만약 제가 영화관에 갔을 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그 전개가 어떻게 될 지 예상이 된다면, 뭐하러 영화를 보러 가겠습니까? 저는 머리를 쓸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제 지식을 시험해볼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스토리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제가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죠.

 

 

Q. 이 인터뷰를 하기 전에 위쳐3 엔딩을 보고 싶었는데, 도저히 제 시간에 끝마칠 수 없더군요. 게임을 이렇게 길게 만든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게임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면, 개발자들은 스토리에 대해서도 더 상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완성되기 전까지 더 풍부하고, 더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고 싶은 것이죠. 우리 같은 경우는 더 깊고, 독특하면서도 아주 강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추가하느라 게임이 길어지는 거죠.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합쳐보면, 상당히 거대합니다. 그 중 많은 부분을 잘라내기도 해야 해요. 그런 일도 바로 개발 과정 중의 하나이니까요. 게임 출시를 위해서 어떤 부분을 희생할 지를 생각해야 하는 겁니다.

 

플레이 시간에 대해 말해본다면, 저는 확장팩까지 포함해서 200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보통은 한, 60시간 정도면 끝내겠죠? 제 14된 딸이 그 정도 걸렸던 것 같네요. 저 같은 경우는 게임을 끝내고 나니 어떤 성취감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저는 제가 2회차를 하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정말 궁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시 200시간을 쓸 수가 없어요. 사실 창작자로써 우리가 진짜 신경 쓰는 부분은 사람들의 시간에 관한 것이기도 하거든요. 저같이 가족도 있고, 경영할 회사도 있고, 여행할 곳도 많은 사람은 시간을 배분하는 게 점점 더 고역입니다.

 

심지어 저는 작년부터 제가 읽고, 보고, 즐긴 문화가 무엇인지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관리에 너무 편집증적이 돼서 그것들을 평가하기 시작한 거죠. 예를 들어 어떤 책을 보는데 몇일이 걸렸다고 합시다. 다 보고 나니까 한 10점 만점에 3점쯤 됐다면, 스스로 이렇게 물어보는 겁니다. “왜 이걸 진작에 갖다 버리지 않았을까?” 라고 말이죠. 왜냐하면 그 시간이면 다른 걸 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저는 하고 싶지만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한 가지 확실히 하고 싶은 점이 있는데, 저는 개발팀을 운영하는 게 아닙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거예요. 물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저도 작가들, 개발자들과 함께 개발에 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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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3에는 수 많은 사이드 퀘스트, 수집품이 존재한다

 

 

Q. 그렇다면 위쳐3나 지금 개발하고 있는 사이버펑크 2077을 개발할 때, 당신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아까 말했듯이 저는 제 고등학교 동창인 미하우 키친스키와 함께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게임 배급사로 시작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배급을 그다지 잘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은 게임을 선정하는 걸 잘했고, 그래서 폴란드에서 최초로 그런 좋은 게임들을 로컬라이징 할 수 있었죠.

 

처음에, 우리가 회사를 시작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신작 게임들을 가장 먼저 해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보같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폴란드 게임 배급 업계에 있어서 신이었어요. 우리는 마치 폴란드에서 어떤 게임이 배급되고 안 되고를 결정하는 군주와 같았습니다. 모든 게임을 해볼 수 있었죠.

 

예전에 폴란드 게임 잡지에 우리 회사의 광고를 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 ‘우리 회사의 근무시간은 아침 10시에서 4시까지 입니다’ 라고 적혀있었죠. 저는 머리를 긁으며 “우리가 왜 이렇게 일찍 퇴근했더라?” 라고 생각했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게임을 해야 돼서 그렇게 했었던 거였어요.

 

그 때 저는 항상 국제적인 사업 개발팀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계약을 성사시키고, 게임을 폴란드로 들여오고, 파트너들을 설득시키는 일을 했었죠. 저는 발더스 게이트의 폴란드 로컬라이징 작업을 했고 그 동안 미하우는 PR과 마케팅을 했습니다. 그 때 이후로, 제 역할은 지금까지 그다지 변한 게 없죠. 지금 저는 폴란드 밖의 해외 시장에 어떻게 하면 접근할 수 있을 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얘기를 더 하자면, 우리 회사 수익의 97퍼센트는 해외에서 발생하니까요. 우리는 폴란드에서 제법 큰 게임 회사이지만, 우리의 야망과 목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시장도 작거든요. 우리는 게임이 백만 장도 팔리기 힘든 규모라는 게 어떤 것인지, 그 누구도 게임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1~5개 정도 로컬라이징 된 게임만 있고, RPG게임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나라도 있죠. 우리는 바로 그런 곳에 가서, 그곳 유저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위쳐 3는, 15개 언어로 현지화 됐기 때문에 대단한 성취를 이뤘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우리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제가 특히 자랑스러워 하는 부분은 새로운 나라를 개쳑했다는 겁니다. 포르투갈 포어와 브라질 포어로도 완벽하게 로컬라이징을 했어요. 한국에서도 아마 가장 많이 팔린 콘솔 게임 중 하나가 위쳐 3일 겁니다. 이렇듯 처음으로 우리가 한 것은 현지인의 언어로 현지인들과 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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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3의 한글화는 간혹 오역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뛰어난 수준이다.

 

 

Q. 안 그래도 미국 로컬라이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었습니다, 미국판의 번역을 보면 아주 세심함이 느껴졌으니까요. 제 얘기를 잠깐 하자면, 예전에 저는 위쳐2를 플레이 할 때는 폴란드 음성에 영어 자막을 켜두고 플레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이질감을 느끼는 걸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위쳐3의 경우에는 어떤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위쳐3는 처음부터 폴란드어와 영어로 쓰여졌습니다. 그래서 로컬라이징 과정이 훨씬 더 쉬워졌죠.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거기에 쏟아부은 것 때문이기도 하고요. 다른 게임들을 봐도, RPG가 제대로 로컬라이징 된 경우는 많이 없습니다. 로컬라이징이란 단어 자체도 뭔가 번역만 하면 될 거 같잖아요. 하지만, 그 과정은 책을 번역하면서 동시에 50명의 배우들과 함께 오디오를 입히는 것입니다.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게임 내의 모든 요소가 캐릭터들과 어울리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로컬라이징이란게 있었나? 라고 사람들이 느낀다면 그게 바로 최고의 로컬라이징이겠죠. 게임을 프랑스어, 독일어, 폴란드어 어느 것으로 하든 사람들이 이 게임이 원래부터 모국어로 만들어졌다고 믿게 할 정도가 돼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이건 어색한데.” 라고 느끼게 된다면 몰입이 깨지게 되니까요.

 

또한 외국어를 배우는 건 제가 좋아하는 것이고 제 취미이기도 합니다. 저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쓰죠. 예전에 읽은 기사 중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말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었죠. 그리고 저도 거기에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언어를 쓴다는 것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것과 같은 말이니까요.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죠. 그래서 위쳐에서도 다른 언어로 플레이 한다는 것은 모든 게 달라지는 겁니다. 게롤트와 그 밖의 캐릭터들도 다른 언어에서는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죠. 스페인어나 이탈리아어로 플레이한다면, 목소리가 더 부드럽고 음색이나 그 선율이 더 좋게 느껴집니다. 반면, 독일어로 한다면 거칠고 무뚝뚝한 느낌이 강해지죠. 중국어로 한다면 우리로써는 굉장히 느낌이 이질적일 겁니다. 이렇듯 같은 위쳐라는 게임이지만,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죠. 우리는 이 게임이 그들의 언어로 쓰여진, 그들의 게임이 되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처음으로 플레이 했던 비디오 게임을 기억하시나요?

 

어렸을 적, 크리스마스에, 저는 ZX Spectrum 48K 라는 컴퓨터를 받게 되었습니다. 싱클레어 사가 만들었는데 테이프 녹음기, 그리고 게임이 들어있는 6개의 카세트 테이프가 딸려있었죠. 그걸로 처음 해봤던 게임은 Jetpack이란 게임이었습니다. 그 다음엔 Pssst라는 게임을 해봤었죠.

 

두 번째로 갖게 된 컴퓨터는 Amiga였어요. 제 친구는 아타리를 갖고 있었죠.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그 때 브루스 리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폴란드 게임 잡지를 읽고 있었는데 거기서 고전 게임 섹션에 바로 그 브루스 리가 있더군요. 세상에, 지금 보니 정말 허접해 보였습니다. 8픽셀 그래픽으로 다리 두 개를 간신히 표현했으니까요.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멋있어 보였습니다. 지금의 3D게임인 철권 같아 보였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저는 완전히 게임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서 공동 창업자인 미하우 키친스키를 만나게 된 거죠. 1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눠 보니까, 우리가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때 폴란드에 저작권법 같은 건 없었어요. 합법적인 게임 유통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죠.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초에 막 소련이 붕괴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그 영향에서 벗어나는 중이었습니다. 초기 자본주의가 시작될 때였죠.

 

그 때 우린 주말마다 바르샤바의 컴퓨터 시장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하드웨어와 게임을 교환하기 위해 그곳에 모였어요. 우리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었고, 저작권법이란 것이 도입되기 시작했죠. 그 때 우리는 게임을 수입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습니다.

 

또 마침 그 때 제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미국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게임 도매업자를 추천해 줬습니다. 우리는 CD를 수입해오기 시작했고, 미하우가 처음으로 컴퓨터 시장에서 그것들을 팔아봤었죠. 제 기억에 처음으로 저희에게 접촉했던 회사는 애너하임에 있는 Just CDs란 회사였어요. 저는 전화로, “인디아나 존스 다섯 개랑, Day of the Tentacle 두 개 주세요.” 라는 식으로 주문을 넣었죠. 세 달간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테스트를 해보니, 잘 되더라구요. 그래서 회사를 시작하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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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리마스터된 'Day of the Tentacle'

 

 

Q. 그래서 회사명을 CD Projekt라고 지은 건가요?

 

네, 바로 그렇습니다. 우리는 CD로 처음 시작했으니까요. 그리고 서서히, 우리는 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우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Consumer Electronics Show에 가보기도 했었죠. 그 땐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ECTS(유럽 컴퓨터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봤던 것은 워크래프트 2였어요. 코너 쪽에 부스가 있었죠. 미하우는 전략 게임의 광팬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저걸 수입해야 된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서 그들과 이야기했죠. 아직도 기억나는데, 워크래프트2 300개를 수입하기로 한 게 우리의 첫 계약이었어요. 그리고 그 뒤로 우리는 쭉 블리자드를 대신해서 게임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2~3년 전에 게임 배급 사업을 매각하기 전까지 말이죠.

 

이후에는 패키지 박스와 메뉴얼도 로컬라이징 하다가 결국 게임의 모든 부분을 그렇게 하게 됐습니다. 이런 일을 하면서 배우게 된 것도 있다고 할 수 있죠. 또 우리는 언젠가 우리만의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다만 어떻게 만들어야 될 지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었죠. 마치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만 있는 사람이 게이머 친화적인 퍼블리싱 시장을 만들겠다고 뛰어든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위쳐 1이었어요.

 

 

Q. 로컬라이징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저 CD를 수입해서 시장에다 팔기만 한 겁니까?

 

네. 아까 말한 그곳은 엄청난 틈새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당시 CD-ROM 플레이어를 살 만큼 여유 있던 폴란드 사람은 많이 없었어요. 초창기에 그건 몇 백 달러나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마진이 많이 났기 때문에 틈새 시장치곤 아주 좋았습니다. 아직도 그 시절이 기억나네요. 이번 주에 40개를 팔았다고 하면, 나 100즈워티(폴란드의 화폐 단위), 너 100즈워티, 그리고 나머지 100즈워티는 다음주에 팔 게임을 사는 데 썼죠. 아주 간단했습니다.

 

 

Q. 그러다가 더 발전하게 됐을 때가 바이오웨어와 발더스 게이트 로컬라이징 계약을 맺었을 때였군요?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한 소규모 게임들을 로컬라이징 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에이스 벤추라라는 어드벤처 게임을 그렇게 하기도 했죠. 혹시 아실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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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에 발매된 게임 '에이스 벤추라'

 

 

Q. 영화는 기억합니다.

 

그건 게임으로도 나왔죠. 꽤 괜찮은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팔렸죠. 그 이후에 바이오웨어를 만나게 됐는데, 그들은 ECTS에서 발더스 게이트를 홍보하고 있었어요. 물론 우리는 퍼블리셔인 인터플레이를 찾아가서 우리가 로컬라이징을 맡아도 될 지를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길, 폴란드는 시장이 너무 작아서 안된다고 하더군요. 이건 일종의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작으면, 로컬라이징도 안 되고, 그러면 시장이 성장할 수도 없게 되는 거죠.

 

하지만 결국 우린 그들을 설득했습니다. 무조건 3000개는 팔 수 있다고 말했죠. 최소 그 정도는 팔 수 있다고 계약을 한 겁니다. 그러자 인터플레이는, “우린 별로 귀찮은 일에 엮이고 싶지 않지만, 너희들이 위험을 대신 감수하겠다면…” 이라는 반응이었어요. 우리는 기꺼이 하겠다고 했죠.

 

우리는 6개월 동안 로컬라이징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유명한 폴란드 배우를 쓰기도 했죠. 그 때, 다른 게임들은 보통 500개에서 1000개 정도 팔았어요. 그러니까 3000개라는 수치는 우리에게 있어 엄청난 리스크는 맞았던 거죠. 만약 발더스 게이트가 충분히 팔리지 않았다면, 만약 그 게임이 흥행에 실패했다면, 아마 우리는 회사 문을 닫아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게임을 막 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벌써 18,000개나 주문이 들어왔었죠. 우리 사무실은 2, 3개의 작은 방밖에 없어서 18,000개를 보관할 창고를 하나 빌려야 할 판이었습니다. 저 같은 도매상들은 창고 앞에서 혈전을 벌여야 했었죠. 그만큼 그 게임은 많은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첫 해에만 5만장을 팔았으니까요.

 

우리가 다시 E3에 돌아갔을 때, 제 생각에 그 때가 우리가 두 번째로 E3에 갔을 때였는데, 인터플레이와의 미팅은 금요일 오후 4시에 마지막으로 잡혀 있었습니다. 가보니 원래 저희 담당자 분이 없더군요. 대신에 Virgin Interactive라는 회사에서 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 때 인터플레이가 Virgin과 합병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녀한테 말했죠, “성공이에요! 우리가 18,000개를 팔았습니다!” 라고요. 그러자 그녀가 무표정하게 말하더군요. 불가능하다고요. 폴란드에서 그렇게 많이 팔 수가 없다고 했죠. 하지만 우리는 해냈습니다! 그녀가 하도 정색해서 순간 진짜 우리가 착각했나 싶었어요.

 

어쨌든 대화를 끝마칠 때쯤, 저는 돈을 송금할 테니 계좌를 확인해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우리에게도, 폴란드 게임시장에도 큰 성공의 시작이었어요. 그 후로 우리가 인터플레이의 모든 RPG게임을 다 맡게 되었으니까요. 아이스윈드 데일,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폴아웃 등을 말이죠.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제 우리도 우리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더스 게이트가 그 불씨를 지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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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출시된 발더스 게이트 Enhanced Edition

 

 

Q. 위쳐 1부터 위쳐 2, 위쳐 3까지의 발전 과정을 보면, 게임이 점점 더 거대해지고 세련되어 지는 게 보입니다.

 

위쳐1은 정말 하드코어한 – 저는 이 표현이 싫지만, 이번엔 그냥 쓰도록 하죠 - RPG였습니다. 인터페이스나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거칠었어요. 스토리 면에서는 심오했지만, 만약 제가 지금 처음부터 다시 그 게임을 한다고 한다면, 아마 플레이 하기 힘들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저는 뭔가 다른 걸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죠.

 

위쳐 2같은 경우, 우리는 게임을 좀 더 영화같이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게임을 출시했을 때, PC버전은 엄청나게 어려웠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어떤 기자가 쓴 리뷰가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프롤로그에서만 무려 50번을 죽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걸 보고 밸런스를 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교훈을 배웠다고 할 수 있겠네요.

 

위쳐 3같은 경우, 우리는 사람들을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우리가 요새 중요시 하는 부분이죠. 유럽의 플레이어들은 폴란드나 동유럽, 독일 등 어디 출신이든 인터페이스 면에서 다소 하드코어하고 투박한 면이 있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 주곤 합니다. 만약 어떤 게임을 양손을 교차한 상태로 해야 한다고 해도 그들은, “뭐, 그래도 괜찮아. 나는 터프하고 똑똑하니까. 그렇게 플레이 하지 뭐.” 라고 말할 겁니다. 심지어 6시간 정도 그렇게 플레이하면, 손을 교차해서 플레이 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반면에 미국에서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들은 아마 “만약 그딴 식으로 플레이해야 한다면, 나는 차라리 안 할래. 안녕.” 이라고 말하겠죠. 왜냐하면 미국이란 나라가 설립된 방식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선 유저 친화적이어야 하죠. 게임을 쉽게 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저도 거기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점을 이해하게 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저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면, 만약 제가 지금 게임을 하거나 티비를 본다고 해도 그 시간은 굉장히 제한적일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죠. 애도 셋이고요. 게임에서 20시간 정도 재미를 볼려고 10시간이나 뭔가를 배우고 싶지는 않다고요. 하지만 저는 게임 구조를 무조건 단순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좀더 스마트하게 게임을 소개 하고 그들을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거죠. 그게 우리가 게임에서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위쳐 3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발전을 이뤄냈다고 봅니다. 이번의 상업적인 성공이 그 점을 증명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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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2는 좋은 게임이었지만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Q. 당신은 버락 오바마가 위쳐 2를 플레이 했다고 생각합니까? 폴란드 외무장관이 몇 년 전 그에게 위쳐 2 CD를 줬다고 하더군요.

 

그가 리처드 브랜슨과 카이트 서핑을 하는 사진을 본 적은 있습니다. 그 후에 그가 위쳐2를 한 번 플레이 해봤기를 바랄 뿐이죠. 오바마에게 한 마디 할 수 있다면, 위쳐 3가 몰입하는 데 훨씬 더 쉬울 거라고 말하고 싶네요.

 

 

Q. 사이버펑크 2077역시 위쳐 3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우리는 절대 게임을 보여주기도 전에 미리 떠벌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Q. 당신은 VR에도 관심이 있나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긴 합니다. 우리는 스토리를 전달하는 면을 중요시하는데, VR이 그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분명히 고려해 보긴 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제 개인적으로는 뭔가 경험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스위치를 선주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스위치 자체를 원해서 그랬다기 보다, 젤다를 해보고 싶었으니까요.

 

그리고 VR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에 저는 그다지 적합한 대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전 그런 걸 하면 어지럼증을 빨리 느끼는 편이라서요.

 

 

Q. 위쳐 3는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독특한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모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요소들 역시도 아주 많죠. 예를 들어 저는 게임 초반부에, 병사들이 탈영병의 목을 매달려고 할 때 굳이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탈영병의 시체를 뒤져보니 탈영해서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는 부인의 편지가 있더군요.

 

우리는 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선택이 정말 중요하게 여겨지게끔 최선을 다 했습니다. 그들의 선택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게임들이야 말로 제가 싫어하는 게임이죠. 그런 게임을 할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하죠. “내 결정이 아무 상관도 없다면 대체 왜 내가 이 게임을 해야하는 거야?”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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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의 두 번째가 탈영병. 도와주지 않으면 그대로 매달린다.

 

 

Q. 이 게임에는 섹스 신 또한 많이 있습니다. 상당히 퀄리티가 좋더군요. 그런데 혹시 유저들이 이런 3D로 만든 가상의 캐릭터들이 섹스를 한다는 걸 불쾌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걱정해 본 적은 없었나요? 예를 들어 유니콘 위에서 관계를 맺는 것 같은 장면을 넣는 것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어떤 이견은 없었습니까?

 

아뇨, 유니콘 씬 같은 경우는 비슷한 설화가 있어서 넣어 본 겁니다. 당신은 그게 옳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장면이 불쾌했습니까?

 

 

Q. 아뇨, 아주 좋았습니다..

 

저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장면을 볼지 말지는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선택 할 수 있죠. 또 그런 장면을 통해서 캐릭터들 간의 관계가 얼마나 깊은 지를 보여줄 수도 있는 겁니다. 때로는 게임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또한 캐릭터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의 일환으로 섹스 신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캐릭터의 뒤틀린 성격이나 마음속의 어두운 부분을 보여줄 수도 있죠. 그리고 섹스는 우리 주변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폴란드인인 제 생각은 그래요. 물론 나라마다 이런 부분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긴 하더군요. 예를 들어, 일본이나 아랍 같은 경우에는, 알몸이 나오는 부분 일부를 가려야만 했었죠. 그래도 그런 건 괜찮습니다. 그게 스토리에 영향을 주진 않으니까요.

 

 

Q. 하지만 게임 도입부에 예니퍼가 목욕탕에 있는 게롤트에게 마법 전갈을 보내는 신 같은 것들은 전체적인 게임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위쳐라는 게임에 몬스터와 마법이 등장하긴 하지만, 엄연히 현대시대에 맞는 감각으로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그저 배경이 중세시대라서 마법사 같은 게 나올 뿐이죠.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Q. 미국에서 위쳐 3에 관해서 논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위쳐 3같은 경우,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를 암암리에 다뤘었죠. 마법사들과 비인간족인 드워프, 엘프들이 통치자에 의해 어떤 취급을 받는 지를 보여주면서요. 그런데 미국인 비평가들 중 일부는 이 게임에 어떠한 유색인종도 없다는 사실에 불편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폴리곤에 올라온 100페이지나 되는 포스트들을 다 읽어봤습니다. 지금 그걸 말씀하시는 게 맞다면 말이죠.

 

 

Q. 그렇다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언론으로써, 당신들은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습니다.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죠. 저는 그걸 읽은 것 뿐입니다. 그저 그게 이렇게나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는 게 즐거울 뿐이죠. 사람들이 뭔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니까요.

 

위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게임은 유럽의 설화와 사프코프스키의 책에서 나온 이야기들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확실히 인종차별 문제를 다뤘어야 했죠. 하지만 우리가 다뤘던 인종차별이란 건 피부의 색깔이 아니라, 엘프나 드워프, 그리고 몬스터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그게 사프코프스키가 썼던 것들이었으니까요. 다른 나라와 문화권에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순전히 그들에게 달려있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그저 그런 논쟁이 있다는 걸 좋게 생각할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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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대우가 좋지 못한 위쳐 세계관의 드워프들

 

 

Q. 좋아하는 비디오 게임이 있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폴아웃 1, 2 입니다. 몇 년 전에도 플레이 했었죠. 아마도 그 칙칙한 느낌 때문인 거 같아요. 음악이라던가, 분위기적인 측면이 제 안의 뭔가를 불러일으킨다고 해야 할까요. 전 이 두게임을 가장 좋아합니다.

 

 

Q. 저는 정말 많은 퀘스트가 간통이나 배신, 비극으로 끝나는 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게롤트가 어떤 사람으로부터 그의 아내에게 줄 흑진주를 구해 주는 퀘스트가 있었습니다. 베데스다나 바이오웨어 게임이었다면, 그들이 이후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으로 끝났겠죠. 하지만 그의 아내는 치매에 걸려있었고, 남편은 그저 혹시 흑진주를 보면 아내의 기억이 돌아올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는 걸 게롤트는 알게 됩니다.

 

그게 우리 동유럽 사물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입니다. 다시 당신의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우리 역사가 고통의 연속이었다는 걸 먼저 말해야 할거 같군요. 우리의 아픈 과거는 우리의 문학, 영화, 그리고 어렸을 때 배웠던 것들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할머니는 2차세계 대전의 생존자였어요. 그녀는 나치 수송열차에서 탈출해서 마을에 몇 달간 숨어 지내셔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역사는 우리 팀의 많은 폴란드 개발자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죠. 우리는 국제적인 개발팀이지만, 대부분은 폴란드 사람들이거든요. 어쨌든 이런 일들은 우리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과거의 일들이 세상을 바라 보는 시각에 영향을 주는 것이죠.

 

아마도 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아주 다르니까요. 제 학창 시절에는, 폴란드어 다음으로 배워야 했던 언어는 러시아어 였습니다. 그리고 그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거였죠. 제가 아마 그 마지막 세대였을 겁니다. 교과서는 프로파간다나 다름이 없었죠. 저는 아직도 그 때 배운 시가 기억이 납니다. 폴란드와 러시아 군인들이 서로 힘을 합쳐서, 폴란드를 해방시킨다는 내용이었죠. 이런 경험은 저와, 그리고 제 팀의 많은 폴란드 개발자들에게 남아있습니다. 이 나라의 문화에도 아주 깊은 영향을 끼쳤죠. 우린 그런 것들을 겪은 사람들입니다.

 

2년 전에 오스카 상을 수상한 ‘이다’라는 현대 폴란드 영화가 있습니다. 흑백 영화지만, 아주 놀라운 영상미를 보여주죠. 스탈린주의자인 폴란드 검사와 수녀가 주인공인데, 폴란드의 역사와 유대인들에 대한 내용을 다룬 영화였습니다. 스토리가 워낙 복잡해서 폴란드 사람들조차 그 영화에 깔린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곤 했었죠.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영화는 우리 폴란드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대부분이 바로 그런 역사를 경험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아름다운 동화 속 이야기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여기서는 그런 식으로는 안되는데." 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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