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롤링스톤즈
35년간의 게임 개발 경력을 가진 시드 마이어가 그간 영감을 받은 것들, 힘들었던 순간, 그리고 왜 그의 이름이 게임 타이틀에 들어가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Q. 문명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문명 시리즈에 대한 소감을 말하셨습니다. 기분이 어떠셨나요?
처음 문명1이 출시되고 문명6이 나오기까지, 세상에는 인터넷이 등장했고, 모딩도 나왔고, 레딧도 나왔으며, 모바일 기기도 출시됐습니다.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 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 생긴 일들이죠.
또한 파이락시스에 있어서, 문명은 우리가 작업한 것들의 일종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번 다른 디자이너를 데려옴으로써 우리는 이 시리즈에 신선함을 불어넣을 수 있었죠. 그게 문명의 독특한 점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시리즈마다 다른 사람에 의해서 제작되었는데, 이는 ‘문명 번아웃’ 이라고 불리는 게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문명을 개발하고 나면, 개발한 사람은 완전히 진이 빠지는데, 바로 그런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그래서 다음 시리즈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사람이 맡게 하는 거죠.
Q. 왜 디자이너들이 ‘문명 번아웃’ 현상에 빠지게 되는 건가요?
그건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Bruce Shelley는 저랑 문명1을 같이 작업한 분인데, 이후에 앙상블에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Brian Reynolds는 문명 2를 디자인했는데, 이후에 라이즈 오브 네이션을 개발하게 되었죠.
Soren Johnson같은 경우는 스포어를 작업하게 됐습니다. 이렇듯 앞에서 언급한 디자이너들은 확실히 재능이 있는 분들이죠. 하지만 그들 모두는 문명 개발에 대해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문명의 개발과정이 진을 빼게 만든다고 말이죠. 6천년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문명 1편 이후로, 저는 개발을 할 때마다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집어넣었습니다. 그런 걸 한 번 하고 나면 이제는 다른 걸 해야 할 때가 오는 거죠.
Q. 문명에서 처음 당신이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하나 기억나는 게 있다면 그 시절 우리는 두려움을 몰랐다는 겁니다. 문명1을 개발하기 바로 전에 만든 게임은 Covert Action이란 것이었는데,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미스터리 게임을 만들려고 했었어요. 결국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목표는 그거였죠.
문명1 이후에 바로 작업했던 프로젝트는 CPU Bach라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이라기 보단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프로그램이었죠. 문명 출시 바로 전에는 레일로드 타이쿤의 개발을 끝마쳤습니다. 우리가 만든 최초의 전지적 시점을 가진 갓게임(god game)이었어요. 이 게임은 심시티1을 보고 “저 갓게임은 정말 괜찮아 보이네. 우리도 하나 만들자.” 하고 제작한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문명1은 “그냥 인류의 역사 같은 걸 전부 다 게임에 집어넣어 볼까?” 라는 생각으로 만든 게임이었죠.
오늘날, 우리들은 확실한 경계가 있는 장르 안에서 게임을 만들곤 합니다. 어떤 틀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당시 우리에게 장르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Pirates! 같은 경우는 Seven Cities of the Gold 이후에 나온 두 번째 오픈 월드 게임이었죠. “이번엔 롤플레잉, 액션, 그리고 스토리 약간에 어드벤처도 섞어서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 아래 만들어진 게임이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 남들이 모르는 영역을 탐구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맛이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말 실험적이고 새로운 게임들을 많이 시도했었죠.
2004년 3D로 리메이크된 시드 마이어의 해적!
Q. 무엇이 문명을 좋은 게임으로 만드는 건가요?
플레이어들의 상상력이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건 우리가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문명을 할 때 사람들이 “한 턴만 더..!” 현상에 빠지는 이유는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할 지를 계획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3턴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8턴 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문명에서 사람들은 한 번에 여러가지 일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대륙을 탐험하고 그 와중에 골치 아픈 이웃들도 상대해야 하죠. 건설하고자 하는 불가사의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문명을 하려면 항상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예상해야 하는 것이죠.
문명이란 게임은 바로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턴제 방식에 기반하고 있죠. 즉 사람들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생각할 시간이 있다는 겁니다. 미래를 대비한 전략, 아이디어들을 계획할 시간이 있죠. 또 사람들은 앞으로 뭘 할지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뭘 할지를 예상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적들이 위대한 장군을 뽑을 수도 있죠. 아니면 불가사의를 당신보다 먼저 건설할 수도 있습니다. 문명에는 이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지를 기대하고 예상해야 합니다.
문명의 기본적은 룰은 아주 간단합니다. 게이지를 채우면, 위인이 튀어나는 방식이죠. 앞으로 몇 턴이면 그렇게 될지도 명확하게 보입니다. 즉, 사람들은 문명의 룰을 파악하려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룰을 기반으로 “난 이걸 짓고 싶은데, 이것도 만들고 싶어!” 라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죠. 그러니까 비록 게임의 시스템이 간단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상호 작용을 하는 지, 어떻게 거래를 하는지가 문명에 있어 재미 있는 부분이고, 그들로 하여금 흥미로운 결정들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Q. 문명은 역사광들에게도 먹힐 것 같은데요, 맞나요?
그런 면이 있기는 하죠. 게임을 하는데 있어 꼭 역사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은 어느 정도 역사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디라던지 징기스칸, 씨저 등 사람들이 한 번 쯤은 들어 봤을 법한 전설적인 역사속의 인물들이 문명에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게임 내에서 동등한 입장에서 그들과 상대하게 되죠. 그러면 당신도 뭔가 힘이 생긴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전기나 화약, 바퀴와 같은 기술들을 개발하게 되죠. 그들이 똑똑해 진 느낌을 받을 만한 이런 요소들이 문명에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또한 문명이란 게임은 실제 역사의 기본적인 사실들을 반영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게임상의 문명 국가들이 실제 역사와 똑같이 행동하게 될 거라는 건 아닙니다.
이 게임은 나비효과처럼 작은 선택의 차이가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기도 하죠. 우리는 보통 역사라는 것이 원래 흘러갔던 대로 흐를 것이라고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명에서 한 가지 배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아주 작은 변화가 때로는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문명6에 등장하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Q. 유튜브에는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역사가들이 만든 팟캐스트인 History Respawned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거기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보면, 두 명의 교수들이 어떻게 문명이란 게임이 역사의 진보, 우수한 문명, 그리고 학문적으로 인기가 없는 아이디어들까지 게임 속에 풀어 넣었는지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제 생각에 우리는 ‘문명은 항상 진보한다’ 라는 이론 같은 것을 게임에 잘 녹여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논쟁적일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죠. 하지만 이건 게임에 있어 필수적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뭔가 개선되어 가고, 더 나아지는 걸 느끼고 싶어하거든요.
처음에 우리가 문명을 디자인할 때, 문명의 발전뿐만 아니라 쇠락도 느끼게 해주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번 위기를 겪고 그걸 넘기면 더 강해지게 만드는 방식이죠. 그런 시스템이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테스트를 해 보니 사람들은 위기가 닥치면, 그냥 5턴 전으로 게임을 로드하더군요. 사람들은 문명의 흥망성쇠중에 ‘망(亡)’과 ‘쇠(衰)’를 겪어보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Q. 어쩌다가 당신의 이름을 게임 타이틀에 넣게 된건가요?
처음 제 이름을 넣어서 만든 게임은 Pirates! 였습니다. 그 경위에 대해 여러가지 루머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알지만, 제 기억에 의하면 그건 빌 스틸리(Bill Stealey)와 제가 MicroProse에서 일하고 있을 때 결정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Pirates! 같이 해적이 나오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Bill은 우리가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더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었죠. 그러자 빌이 이렇게 말한 겁니다. “그 Pirates! 게임에 네 이름을 넣어보자고. 그러면 네가 만든 게임인 Silent Service나 F-15 Strike Eagle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그게 네 게임인 줄 알게 될테니까 한 번쯤은 해보지 않겠어?” 라고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게임에 제 이름을 넣기로 결정한 겁니다. Pirates!의 성공을 보면 그 전략이 잘 먹힌거 같아 보였어요. 그리고 결과가 좋았으니까 지금까지도 계속 하게 된 거죠. 지금 많이 쓰이는 ‘브랜딩’이란 개념의 초기 버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는 또한 제 디자인 적인 시각 역시 넓혀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Q. 문명의 차기작들은 시드 마이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게 되나요? 톰 클랜시가 Mark Greaney에게 톰 클랜시의 Supprot and Defend를 쓰게 해주는 것과 같은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생각에 모든 문명 시리즈는 문명이란 타이틀이 갖고 있는 핵심규칙에 아주 충실하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걸 1/3, 1/3, 1/3 규칙이라고 표현하죠.
이 1/3규칙이 무엇이냐면, 우리가 새로운 문명 시리즈를 개발하기로 하면, 그 신작의 1/3은 문명이란 게임의 아주 기본이 되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 1/3은 종교라던지, 스파이라던지, 우리가 중간에 시도해왔던 시스템들을 더 개선해서 채워넣는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 1/3은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넣는 겁니다. 저는 이런 기본 규칙들을 제가 만들어냈다는 것에 주인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금방 얘기했던 “한 턴만 더” 같은 현상을 만들어내는 기본적인 컨셉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 역시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제 이름이 브랜드처럼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요. 왜냐하면 각각의 문명 시리즈는 처음 문명이 성공했던 그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충실하게 따르기 때문이죠. 물론 제가 그 게임의 좋은 아이디어들이 모두 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명6에 새로 도입된 특수지구
Q. 지금도 게임을 하시나요?
제가 만약 뭔가를 개발 중이라면, 많이 할 수는 없겠죠. 왜냐하면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보다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쪽이 더 재밌거든요. 저는 하드코어 게이머는 아닙니다. 마인크래프트가 나왔을 때 거기에 시간을 많이 쏟기는 했지만요. Forza나 그란 투리스모 같은 레이싱 게임도 좋아했어요. 월드 오브 탱크라는 게임도 과거에 잠시 했던 적이 있고요.
Q.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저는 제 교회 밴드에서 지휘자를 맡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따로 공식적인 오르간 연주자가 있어요.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제가 때우는 거죠.
Q. 제가 듣기로 당신은 게임 내에서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요소들을 많이 쓰지 않으려 한다고 하던데요.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 게임에선 아무도 죽는 일이 없을 거다라는 농담이 초창기 MicroProse에서 돌곤 했으니까요. Pirates!만 봐도 배가 가라앉기 전에 항상 사람들이 탈출하게 만들었었죠.
레일로드 타이쿤에서도, 기차가 부서진 다리쪽으로 향하면 항상 기장이 마지막에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저에겐 아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다 자랐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저는 아들과 함께 게임을 했습니다. 제가 만든 게임이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에 대해서 항상 의식하고 있었죠. 폭력적인 요소는 게임의 일부이고 세상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별 의미 없이 폭력적 요소를 넣는 것은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드마이어의 해적!에선 1:1 결투에서 승리하더라도 칼로 찌르지 않는다
Q. 파이락시스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보통 게임은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세계로 당신을 데려다 줍니다. 현실에서는 아마 하지 못했을 것들을 그곳에선 할 수 있죠. 어떤 문명을 지배해 보거나, 전투기를 조종하거나, 해적이 되는 걸 현실에서 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게임은 여러분이 아주 좋아하고 재밌어 하는 세계 안에서 자신을 표현해 볼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게 되는 경험들을 통해 기분이 좋아지거나 성공을 거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도 하죠.
Q. 당신은 항상 게임을 만들고 싶어한 건가요?
가정용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에는, 저는 장난감 블록들로 게임을 구상해보곤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규칙이라던가, 현상들이 나타나는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었죠.
축구를 보면서도 어떤 전술이 먹히는지, 또 그게 먹히는 이유는 뭔지, 다른 선수들은 뭘하고 있는 지 등을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저는 항상 흥미로운 결과 뒤에 있는 규칙들을 캐보는 걸 좋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지만 딱히 게임 디자이너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그건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니까요. Monopoly나 Sorry! 같은 보드 게임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제가 디자인하고 싶은 게임하곤 거리가 멀었었죠. 당시 게임 디자인이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택도 없어 보였습니다.
대학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도 했지만, 그 때 프로그래밍은 과학자들을 위한 기술이었습니다. 게임을 위한 게 아니었죠. 그렇게 된 건 제가 대학을 중퇴하고 아타리 800이란 컴퓨터가 나왔을 때 시작된 겁니다. 갑작스레 게임을 위해 디자인된 기계가 뚝 떨어진 것이었죠. 타이밍이 정말 기막히게 맞아 떨어졌어요.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해볼 수 있는 게임 산업의 태동기가 저에게 찾아온 겁니다.
아타리 800
Q. 빌 스틸리와 함께 MicroProse를 설립하기 전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 일하고 있었어요. 백화점의 현금 계산기 시스템과 관련해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가 손으로 세는 현금 계산기를 바꾸려고 하던 때였거든요. 그때 아타리 800 컴퓨터가 나왔습니다. 애플에서 나온 RadioShack보다 훨씬 괜찮았죠. 256칼라에 사운드까지 모든 기능이 다 있었으니까요. 사람들은 그 컴퓨터를 통해 쉽게 좋은 게임을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Q. 그 때가 1970년대 였나요?
아마 1970년대 말이나 80년대 초쯤 됐을 겁니다. 어쨌든 저는 게임 몇 개를 만들었었죠. 제가 처음 만든 게임은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아주 유사했습니다. 손으로 일일이 코드를 카세트 테이프에 박아 넣었죠. 개발이라기 보단 어떻게 게임을 만드는 지 알아가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팩맨 같은 게임도 하나 만들었고 그 외에도 여러 게임들을 만들었었죠. 그리고 나서 빌과 손을 잡고 MicroProse를 세우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제 게임이 본격적으로 진화하게 된거죠.
Q. 어떻게 빌을 만나게 됐습니까?
우리 둘은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역시도 직장에 다니고 있었죠. 하지만 그는 새로운 현상에 관심이 많았고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어보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당시 부업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었고, 그는 그것들을 팔아 보길 원했었죠. 그래서 같이 하게 된 겁니다.
Q. 그건 젊음의 패기란 건가요? 때로는 그런 무모함이 좋게 발전될 수도 있겠군요.
오늘날에는 그렇게 하기가 힘듭니다. 시장이 달라졌으니까요. 지금도 수 많은 게임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돋보이는 건 어려운 일이죠. 요새는 예전 저희처럼 시작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온 세상이 다 변화하고 있죠. 우리는 그저 그에 압도될 뿐입니다. 음악이던 게임이던 그 밖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선택들이 있아요.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죠. 제가 게임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인 것입니다. 그 땐 한 달 혹은 두 달에 좋은 게임이 나올까 말까였는데, 오늘날에는 매일 수 백 개의 명작 게임들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시드마이어와 빌 스틸리
Q. 당신은 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나요?
저는 최신 기술에 많은 흥미를 느낍니다. 특히 음악 관련 기술에 말이죠. 새로운 건반 악기가 나온다면 항상 체크해 보곤 합니다. 또한 VR 업계 쪽에서도 그들의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만한 킬러앱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제 이 기술이 보편화되기 거의 직전의 단계까지 다다른 거 같아요.
제 이야기를 더 하자면, 최근에는 테슬라 자동차도 구입했죠. 요즘 기술적인 욕구 면에서 저는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Q. 제가 문명에 대해 당신에게 물어보지 않은 것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유저들과 이야기할 때, 저는 이따끔 그들에 대한 온정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왜 학교를 중퇴해야만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아이들 중에 문명을 함으로써 교사들이 놀랄 정도의 역사적 지식을 가진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은, FiraxiCon이라는 이벤트를 열었을 때였습니다. 볼티모어에서 열렸는데, 팬들이 와서 저희 디자이너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였죠.
저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신들의 아이들을 데려온 팬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문명을 함께 플레이 하더군요. 부모가 그들의 아들 딸들에게 문명에 대해 소개해주는 겁니다. 마치 자기가 좋아하는 야구 팀을 소개 시켜 주는 것처럼 말이죠.
“여기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멋진 게임을 하나 보여 줄게.” 라며 게임을 소개시켜 주고, 함께 플레이하며, 부모와 자식이라는 두 세대는 하나의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겁니다. 만약 문명을 1편이나 2편에서 만드는 데서 멈췄다면 이런 일은 결코 발생할 수 없었겠죠.
Q. 당신도 역사광인가요?
저는 역사라는 것에 아주 푹 빠졌습니다. 하지만 철도나 비행기, 그리고 해적과 같이 제가 게임에서 다룬 다른 주제들 역시도 아주 좋아하죠.
Q. 언급하신 것들은 보통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 같습니다.
그것들은 제가 꼬마일 때부터 아주 좋아했던 것들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것들을 활용할 방법과 어떻게 게임에 녹여낼지에 대해 생각해 왔죠. 어떤 요소가 재밌었는지를 기억하려 노력했고 최대한 그에 생기를 불어넣으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제가 만든 게임들은 저 자신이 플레이하고 싶음과 동시에 아직 다른 누구도 만들지 않은 게임들이었습니다. 그런 게임을 해보려면 스스로 만드는 수밖에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