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OS 라는 게임, 그리고 이 게임의 개발자 John Doe 에 대해 알아가며 진상을 밝히는 ARG 형태의 퍼즐 게임. The Sentient Box 는 개발자가 게임 내 넣어 둔 자신의 기록을 통해, 처음에는 단순히 John Doe 에 대한 정보를 알아가는 형태에서 점점 초현실적인 사건들이 나오며 자기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쌓인 개발자가 BoxOS 의 진실을 기록하며 이를 플레이어가 감상하는 형태로 발전하는 게임이다. 사실 John Doe 만 보고 예상했을 눈치 빠른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의 스토리는 SCP 재단 - 확실하게 콕 집자면 SCP 079 - 가 주 소재이다. 그렇다고 SCP 덕후여야지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게임 내 SCP 079 및 SCP 재단 자체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는 보여 주기 때문에 설명충의 영역으로 게임 세계관이 빠져 버리지 않으며, 스토리의 주 전달 방식인 John Doe 의 음성 / 영상 기록 및 일기는 이해하기 쉬운 시점에서 서술되어 있어서 굳이 초현실적 현상의 전문가가 아니여도 흐름을 따라가기 쉽다. 특히 영상 기록에서 개발자가 좀 머리를 쓴 거 같다고 느낀 게, 설정상 John Doe 는 말을 하지 못해 모든 음성을 TTS 버젼으로 출력하며, 얼굴의 경우도 모자이크를 해 놓아 특정을 하지 못하는 인물을 John Doe 로 내세워 두었다. 플레이어가 거리감을 느낄 만한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영상 기록 내 어색한 연기를 줄이는 기술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한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몇몇 1인칭 기록의 경우, 현실 세계가 아닌 초현실적 세계에서의 기록은 뭔가 가상 공간이나 게임에서 찍은 듯한 이질감이 많이 느껴지는데, 이는 아무래도 소규모 개발 팀의 한계인 것 같으니 너무 까지는 않기로 하였다. 게임플레이의 경우, 총 30개의 퍼즐을 풀어 엔딩까지 감상할 수 있는 퍼즐 게임이고, 스토리의 전환점에 따라 구분된 5개의 챕터를 통해 순차적으로 퍼즐이 보여지므로 문어발식 갈림길을 지닌 퍼즐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게임 내 퍼즐은 게임 안에서만은 풀 수 없다. 맨 첫 문장에서 이 게임이 ARG 를 포함하고 있다고 적었는데, 이는 Alternative Reality Game (대체 현실 게임) 으로, 가상의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가정 하에 현실의 정보를 이용하여 게임 내 비밀을 파헤치는 장르를 뜻한다. The Sentient Box 의 ARG 는 대부분 암호를 해독하거나, 일반인이라면 절대 알고 있을 리 없는 정보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내는 수준의 ARG 이다. 때문에 진짜 모험을 하거나 다수의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며 풀어가야 하는 본격적인 게임을 원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고 역간은 이색적인 퍼즐 게임을 원한다면 충분히 즐길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게임 내 사용하는 암호화 방식 및 퍼즐들이, 사실 ARG 에서 정보를 숨겨 놓는 방식 중 기본이라 이런 장르에 입문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도 알맞다. 당장 이 분야의 기본인 ASCII 코드나 Caesar Cipher, 그리고 Morse Code 정도를 처음 퍼즐들에 던져주고, 이후 코드들이 생소할 수는 있지만 구글 검색 한 두 번이면 해독하는 법을 비교적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ARG 및 암호 해독류 게임에 입문하는 용도로 좋은 이유는, 게임 내 의외로 시각적인 힌트를 퍼주기 때문에 퍼즐들의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암호 해독 게임들이 암호를 화면에 띄워놓고 "아 ㅋㅋ 복호화 방식은 니가 알아서 머리 짜내서 생각해 보라고 ㅋㅋㅋ" 식으로 해독 퍼즐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의 경우 흔한 해독법은 해당 법칙에 대한 힌트만 주지만 어려운 해독법의 경우 대놓고 사용한 암호화 이름을 알려주어 무엇을 검색해봐야 할지 명확하게 제시해 준다. 다른 ARG 장르에서 보이던 퍼즐보다 매우 친절해서, 한 퍼즐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힌트를 지속적으로 주는 게 다 알려주어서 해독하는 재미가 덜하다는 불만을 지닐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난이도의 ARG 게임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기 보다는 "외부의 출처를 사용해 게임 내부에서 알려지지 않는 정보를 얻는다" 를 기반으로 한 적당히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생각해 - 그리고 퍼즐 게임에 재능이 없어 난이도가 높았으면 또 머리가 뜯겨질 정도로 두통을 겪었을 것이라 -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결론적으로, 고난이도에 광범위한 ARG 장르의 게임보다는 퍼즐 해결 및 좀 더 간단한 난이도의 ARG 기반 게임을 원한다면 단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 추천. 개발자 피셜로는 ARG 에 익숙하면 3시간, 그렇지 않으면 6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이 나올 거라고 하였는데, 후자는 잘 모르겠으나 전자의 경우 개인적으로 3시간 정도 걸려 엔딩을 모두 보고 업적을 다 딴 걸 보면 맞다고 생각한다. 여담) 엔딩의 경우 2가지가 있는데, 한 엔딩을 보고 이전으로 되돌아가려면 설정 항목에서 게임 초기화 밑에 마지막 레벨만 초기화하는 옵션을 누르면 된다. 엔딩은 마지막 레벨에서만 무엇을 입력하느냐에 따라 갈리기 때문에 부담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으며, 이 옵션의 경우 엔딩을 보았을 때만 생기기 때문에 게임을 시작하고 설정에 이 선택이 없다고 걱정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