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안 골롭: X-COM 시리즈의 창시자가 말하는 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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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gamesTM

 

 

1994년, 줄리안 골롭(Julian Gollop)은 SF기반 전략 게임인 UFO: 에너미 언노운, 혹은 X-COM: UFO 디펜스로 알려진 게임을 개발했다. 이 게임은 20여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게임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게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Q.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제가 처음에 관여하게 된 게임은 보드 게임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Squad Leader가 있겠네요. 컴퓨터 게임이 나오기 시작할 때에는, 저는 분명 아케이드 게임 쪽에 더 친밀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Space Invaders, Robotron, Asteroids, Defender 등과 같은 게임들 말이죠. 또한 저는 당시에 전략성이 가미된 보드 게임에도 여전히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스타일의 게임은 그때 존재하지 않았지만요. 

 

제 첫 컴퓨터는 1982년에 산 ZX81였습니다. 물론 중고였죠. 그 다음 컴퓨터는 여름쯤 학교를 관두고 나와서 산 Sinclair Spectrum 였습니다. 그게 1983년이었고, 그걸로 바로 제 첫 번째 게임인 Nebula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Q. 그 때 당시 코딩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 하고 있었나요?

 

일을 하면서 아주 많이 배우는 그런 수준이었죠. Spectrum 컴퓨터를 다루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언어를 배웠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Nebula 같은 경우는 최초의 4X 게임(전략 게임의 일종) 중 하나였습니다. 그 게임은 행성에서 시작해서 은하를 탐험하고 다른 제국과 싸우며 확장하는 방식의 게임이었죠. 턴제 게임이었는데 정말 괜찮은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Spectrum을 산 그 때 여름에 이 게임을 만들었고 그 해 말에 Redshift을 통해 출시되었죠. 그렇게 하기 위해 전 정말 빠르게 코딩을 배워나가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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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항상 게임 회사를 만들기를 원했었나요?

 

아니요. 그걸 항상 원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대학 2학년 때까지는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 때쯤 되니 ‘학위’라는 것은 제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경제학이니 사회학이니 뭐 그런 거 말이에요. 당시 영국 할로 지역에 제 친구가 있었는데 걔가 회사를 하나 차리길 원했고 저에게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Target games라는 걸 세웠고 그게 우리의 첫 회사였죠. 하지만 1년도 안돼서 그 친구는 떠났고 제 형제가 들어오게 됐습니다. 우리 둘은 또 다른 회사를 세웠는데 그게 바로 Mythos Games 였었죠. 1989년에서 2000년까지 운영했던 회사였습니다.

 

저는 점점 기업가처럼 활동하게 됐고 그 이 후로도 여러 개의 회사들을 세우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저는 이렇게 활동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게임에서 구현하고 싶은 아이디어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Q. X-COM은 어떻게 나오게 됐습니까?

 

X-COM은 Microporse UK와의 협업을 통해서 탄생했습니다. 우리는 Laser Squad 2라는 게임의 시연 버전을 만들어서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이전에 우리가 작업했던 것에 비해서 확실히 발전된 형태였었죠. 하지만 그 게임은 여전히 소규모 분대기반 전략 게임이었어요. 스토리에 기반한 미션들이 있기는 했지만 뭔가 전략적으로 새로운 면은 없었죠. Micropose가 원했던 것은 시드 마이어의 문명 같은 게임과 경쟁할 수 있는 게임이었는데 말입니다. 자기들만의 독특한 요소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스케일도 아주 큰 그런 게임 말이에요.

 

문명 위키 같은 것을 참고하면서 그런 게임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연구 과정도 있었습니다. 미래에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거였겠죠. 실제로 그들은 Gerry Anderson의 UFO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UFO 테마 같은 것을 제안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요소들이 섞여서 X-COM의 뼈대를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물론 저는 그런 게임을 실제로 어떻게 만들지를 생각해야만 했었어요. 당시 저의 초기 X-Com 디자인을 Microprose에 있던 직원들이 다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서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문제는 전략과 전술면에서 조금이라도 X-COM과 비슷한 게임이 당시에는 없었다는 것이었죠.

 

 

Q. 그래서 X-COM 개발이 거의 취소될 뻔 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때 우리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모르는 게 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을 알았다면 우리 팀의 사기에 안 좋은 영향이 있었을테니까요. 근데 사실 그건 Spectrum Holobyte에 의해 공식적으로 취소된 적이 있긴 했습니다. 그들은 Microprose UK에게 그 게임의 개발을 중지하라고 계속해서 말했죠. 그런데 Microporse UK는 그냥 그 게임을 계속 개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그 회사 내부에서는 X-COM에 대한 강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X-COM 개발은 계속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Spectrum Holobyte는 1994년 4분기에 뭔가를 내놓긴 했어야 했어요. 그러자 Microprose UK 에서 이렇게 말한겁니다. “그, 전에 취소하라고 저희에게 말씀하시긴 하셨지만, 일단 만들어 놓기는 했거든요, 혹시 관심 있으세요?” 라고 말이죠. 당시 Spectrum Holobyte는 너무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X-COM은 완전히 취소될 뻔 하다가 다시 부활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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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당신은 X-COM이전에는 X-COM과 같은 게임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 그런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얼마나 흥분되며 또한 힘든 일이었나요?

 

저는 처음부터 게임을 어떤 식으로 만들지가 상당히 분명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많은 요소들을 고려했어야 했지만, 최종 결과물은 처음에 만들고자 했던 것과 거의 일치했죠. 그건 정말 잘된 일이었지만, 실제 개발에 들어가는 과정은 아주 힘들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은 저와 제 형제인 Nick밖에 없었고, 저는 디자인까지 맡아서 했기 때문이죠. 정말 작은 팀이었어요. 그 정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기에 그 당시 기준으로 봐도 작은 팀이었던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꼭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팀이 작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간섭없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갈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단 Microporse와 함께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나니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문제는 우리는 애초에 그런 걸 할 만한 자원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제 시간에 프로젝트를 마칠 수 없었고 예상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리게 됐습니다. 제작 과정만 거의 3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또 다른 큰 문제 중 하나는 이 게임에 사용된 시스템들이 매우 복합적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개발 마지막 단계가 되어서야 그것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 점이 꽤 문제가 됐었죠. 우리는 출시 몇 달 전까지 크런치(게임 출시 직전의 집중 개발 기간)도 많이 하지 않았으니까요.

 

 

Q. 지금의 최신 게임들이 아직도 20년이나 지난 X-COM의 특징들을 사용하는 걸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정말 기분 좋습니다. 그런 현상은 과거에 우리가 정말 선구자적인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당신이 만든 것을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과 저 자신에게까지 영향력이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입니다.

 

 

Q. 파이락시스가 개입하기 전까지, X-COM 시리즈는 처음 1, 2, 3편 이후로 정체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기에 동의하시나요? 

 

그렇습니다. X-COM 아포칼립스 이후로, X-COM Interceptor라는 게임도 있었고, 그 다음으로 X-COM Alliance 라는 것도 있었죠. 그 게임은 일종의 하이브리드 FPS에다가 분대 기반 전술게임을 섞은 형태였는데, 저는 그게 어떻게 구현될 수 있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1999년 E3에서 시연하는 걸 본 기억이 아직도 나는데, 큰 대형 스크린에서 섹토이트 같은 복장을 한 드워프들이 돌아다니고 외계인 태아가 담긴 큰 튜브 같은 것도 있었죠. 전부 다 굉장히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 게임은 결국 개발취소가 됐고 그 이후로 X-COM이란 프랜차이즈는 사장됐었죠. 나중에 파이락시스가 부활시키기 전까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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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파이락시스의 X-COM은 어땠습니까?

 

정말 훌륭했습니다. 파이락시스는 어느 정도 오리지날 X-COM시리즈의 요소들을 되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그건 정말,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그들의 첫 작품 Enemy Unknown은 (라이트 유저를 끌어들이려) 전략적인 면을 너무 단순화시킨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데미지 등의 수치를 줄이거나 올리는 방식으로만 전략적인 밸런스를 맞춰야 했죠. 물론 그들은 과거의 X-COM과는 다른 방식을 시도했고, 더 많은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접할 수 있게 영역을 넓히려 노력했습니다. 그건 잘한 일이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들이 환상적인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는 없습니다.

 

 

Q. X-COM 개발에서 배웠던 점들이 당신의 신작 카오스 리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웃음) 전에 했던 것보다 게임을 더 빨리 완성하기는 했죠. 될 수 있는 한 처음에 만들기로 했던 비전을 계속 따라가려고 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퍼블리셔하고 같이 작업을 할 땐 더욱 그렇죠. 정말 많은 것들이 당신을 옆길로 새게 만드니까요. 항상 처음에 어떤 게임을 만들기로 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Q. 카오스 리본은 크라우드 펀딩을 받았죠. X-COM을 만든 사람으로써 그 사실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 적이 있었나요?

 

물론입니다. 카오스 리본은 1985년에 만들었던 Chaos: The Battle of Wizards를 기반으로 하고 거기에 여러 다른 요소들을 추가한 방식의 게임입니다. 그 모든 요소들이 다 성공한 건 아니었어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게임의 기본 시스템은 무작위 요소(하스스톤과 유사한)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도출되는 면에서 상당히 잔인한 면이 있지만 이런 요소가 원작 게임의 특성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봅니다.

 

그런데, 카오스 리본을 출시하고 나서, 우리는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확률 게임을 정말로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냥 조금 싫은 정도가 아니라, 다소 병적일 정도로 혐오하더군요. 그런 현상을 보고 나서, 우리는 ‘Law 모드’라는 것을 내놓아 봤습니다. 이 모드에서는 예를 들어 주문을 시전한다고 할 때, 그 성공 확률이 랜덤이 아닌 체력과 마나에 기초해서 결정 되어지는데 사람들이 이에 어떻게 반응할 지 궁금했습니다. 우리의 이런 시도가 몇몇 이용자분들의 확률에 대한 아주 부정적인 댓글을 줄여줄 수 있을 지를 알고 싶었어요. 그 결과 어떤 확률 요소는 괜찮고 어떤 건 안 괜찮은 지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이끌어 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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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카오스 리본은 여전히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내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게임이 어떻게 될 거 같나요? 

 

사람들이 플레이 하는 한 우리는 계속 업데이트 할 계획입니다. 게임에 대한 커뮤니티도 잘 형성이 됐고 말이죠. 사람들이 해준다면 계속 그에 맞춰 작업을 하게 되겠죠. 우리는 또한 피닉스 포인트라는 새로운 게임 프로젝트도 준비중입니다. 카오스 리본보다 훨씬 더 큰 프로젝트이고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XCOM과 비슷한 요소가 많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Q. 당신은 앞으로도 X-COM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나요?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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