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드럭만: 언차티드의 모든 것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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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롤링스톤즈

 

 

Q. 언차티드 1편과 2편을 작업하셨지만, 언차티드 4 같은 경우는 Amy Henning의 작업물을 이어받아서 하게 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 Bruce Straley와 함께 작업했던 환경과는 다를 텐데요, 너티 독이 당신과 Bruce에게 이 작업을 지시하셨을 때, 어디부터 손을 대기 시작하셨습니까?

 

저는 네이선 드레이크나 다른 메인 캐릭터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게임의 분위기상 그건 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비록 마케팅 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정말 그럴 수도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말이죠.

 

저에게 있어 언차티드를 개발하는 것은 그의 가정생활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해보셨으면 알겠지만 항상 작품의 엔딩에서 네이선은 엘레나와 다시 결합하게 되죠. 그리고 다음 작품을 해보면, 그들의 사이가 또 멀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에 대해서 게임 내에 힌트가 있긴 하지만 정확한 대답이 나온 적은 없었죠.

 

그것에 대해 우리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결혼 생활을 잘 이어가러면, 네이선은 모험가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죠.

 

 

Q. 이 게임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습니까?

 

저는 이 게임이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질문거리를 던지거나, 적어도 그들 스스로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기를 원했습니다. 열정을 쫓는 것과 가정의 안정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특히 이 부분은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고민하는 것들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크런칭” 이란 말을 아마 들어보셨겠죠. 그로 인해 개발자들이 여가 시간을 내기 얼마나 힘든지도 말이죠.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이 산업에 종사하기로 뛰어든 이유는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그들을 감동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죠. 때로는 아주 안 좋은 결과가 나올지라도요.

 

그래서 이 게임을 통해 저는, 그런 부분을 탐구해보고 싶었습니다. 액션 어드벤쳐가 기본인 게임이지만 그 안에 삶에 대한 은유가 들어가 있는 것이죠.

 

 

Q. 당신은 이제 37세이고,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만든 게임은 돈과 명예, 모험과 스릴을 추구하며 가족들에게 피해를 입힌 과거를 가진 주인공이 그것을 잊으며 성장하는 내용의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저 더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하고, 직감을 따를수록, (그 개인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 높다는 걸 알게 됐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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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 말은 당신은 네이선 드레이크 같이 살지는 않을 거라는 것 같군요. 마치 비디오 게임 산업이라는 게 당신을 네이선 드레이크처럼 만든다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보물 사냥을 비디오 게임 산업과 대응시켜 볼 수도 있겠죠? 보물 사냥꾼이란 직업이 네이선을 그렇게 만들 듯이 비디오 게임 산업에 대한 열정 역시도 개발자들을 일에만 중독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Q. 언차티드4는 처음에 구상했던 것과 얼마나 비슷하게 만들어졌습니까?

 

초기 구상과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네이선의 과거 부분을 넣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게임 초반에 네이선과 그의 형제인 샘이 고아원에 들어가면서 “내가 널 돌봐줄게.” 라고 말하는 컷신 하나만 만들 예정이었죠.

 

 

Q. 원래 과거 파트를 플레이하는 부분은 없었다는 건가요?

 

네, 처음에는 없었습니다.

 

 

Q. 그렇다면 그 파트를 넣은 건 당신이 최근 이른바 워킹 시뮬레이션 게임(ex: Firewatch 같은 스타일의 게임)에 관심이 많아져서 그런 건가요? 당신은 이전에 한 번 Fullbright사의 Tacoma라는 게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해에 가장 기대되는 게임이라고 했었죠.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Gone Home이나 Firewatch를 플레이하고 “와우, 이런 걸 우리 게임에 넣어줘야겠어.” 라고 느낀 건 아닙니다. 그저 컷신을 만들려고 하면 항상 “이거 플레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할까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생각이 항상 동기가 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 장면에 더 많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요소를 넣을까?” 라고 말이죠.

 

그리고 뭐랄까, 스토리를 만들어갈수록 우리는 네이선과 그의 형제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더 많이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린 애들로 하여금 총을 쏘면서 엄폐하는 것 같은 걸 시킬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이런 어린 애들로 뭘 하게 만들어야 재밌을까? 라는 것에 대해서요 말이죠.

 

그래서 저택에 몰래 침입하는 파트를 만든 겁니다. 우리는 네이선이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들에 흥미를 느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새뮤얼이 얼마나 네이선을 아끼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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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bright사의 'Tacoma'

 

 

Q. 다크 소울 3가 언차티트 4 출시 바로 직전에 나왔었죠. 많은 사람들이 다크 소울의 신비롭고 우중충한 분위기를 좋아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언차티드는 다크소울과 완전히 반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크 소울을 정말 좋아합니다. 블러드본 같은 경우 작년에 제가 가장 좋아했던 게임이었죠. 아마 그건 그들이 만드는 게 우리가 만드는 것하고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기도 한 거 같아요. 제가 봤을 때, 다크 소울은 스토리보다는 분위기에 중점을 둔 게임 같아 보입니다. 세계관 자체가 플레이어로 하여금 계속 긴장감을 갖게끔 만들죠. 이는 다른 비디오 게임에는 없는 상당히 독특한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러한 긴장감을 사람들이 “재미(fun)” 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재미(fun)”라는 단어는 참 흥미로운 단어죠. 우리는 게임 테스트를 할 때 그 단어를 아예 빼버렸습니다. 그건 사람들을 집착하게 만드는 뭔가 이상한 힘이 있는 것 같거든요. 언차티드 4 초반부 잠수하는 구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그 부분이 재밌었나요? 거기선 아무런 위협 요소도 넣지 않았습니다. 산소가 부족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약간의 위기감을 조성하긴 했지만, 사실 아주 이상한 대사일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실제 게임에서 산소는 절대 바닥날 수 없게 돼있거든요.

 

하지만 그 구간은 게임에서 아주 중요했습니다. 얼마나 네이선의 삶이 지루했는지를 보여주니까요. 또한 그 구간은 별점 1~5로 평가했을 때, 항상 가장 낮은 별점을 받는 구간이었죠. 하지만 꼭 존재해야 되는 구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 구간을 개선할 생각은 없어요. 

 

 

Q. 그렇다면 “재미(fun)”라는 단어 대신에 당신이 사용한 단어는 뭐였나요?

 

원래 “얼마나 재미(fun)있게 이 구간을 플레이했습니까?” 라고 물어봤다면, 지금은 “전체적으로 이 구간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라고 물어보는 식이죠. 별이 1개면 별로 였다. 5개면 아주 좋았다고 볼 수 있는 거고요.

 

“내가 재밌게 했었나? 나에게 있어 재미있는 도전이었나?” 라기 보다는 “내가 그 구간을 몰입해서 했었나?” “그 구간을 플레이하는 걸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정도였나?” 로 바꿔서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질문을 바꾸고 나니까 평가 점수가 급격하게 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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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차티드 4의 다이빙 챕터

 

 

Q. 당신은 과거에 유명한 페미니스트인 아니타 사키시안과 그녀가 말한 게임에서의 성적 다양성과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감명받았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점이 언차티드 4에는 어떤 영향을 줬나요?

 

저는 새로운 캐릭터를 구상할 때면 리드 캐릭터 아티스트에게 항상 물어보는 편입니다. 그러면 그녀는 항상 “이 캐릭터를 여자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하고 대답하죠. 그럼 저는 “오, 그런 생각은 못해봤는데요. 한 번 생각해보죠, 그거 때문에 다른 부분도 바꿔야 할까요? 그럴 필요 없다고요? 아주 좋네요. 색다른 느낌이 들어요. 그래요, 그렇게 해보도록 하죠.”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곤 합니다.

 

에필로그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네이선의 아들이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네이선 형제가 들어갔던 저택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거기에 나오던 할머니도 원래는 할아버지였거든요. 그 때도 그녀가 “이 사람을 여자로 바꿔보면 어때요?” 라고 했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죠. 성차별 경향이 있는 사람이 테스터 중에 있었는데 나딘 로스가 네이선을 때려눕히는 걸 보고 아주 화가 났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네이선이 아들이 아닌 딸을 얻었다는 걸 보고 특히 더 화가 났었죠. 우리는 결국 그 사람에게 회사를 나가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로써는 그런 일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겠죠. 나갈때도 아주 악을 써댔습니다. “너티독 니들도 똑 같은 놈들이었어! 빌어먹을, 딸로도 새로운 시리즈를 하나 만들지 그래? 니들이랑은 끝난 것 같군.” 이라고요. 저는 그저 “와우, 왜 이점에 대해 그렇게 불편해 하는거지?” 라고 생각할 따름이었죠.

 

 

Q. 그것참 놀라운 사건이 있었군요. 언차티드는 네이선, 설리번 그리고 새뮤얼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엘레나 역시 그들보단 적어도 나름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네이선이 딸이 있다는 것 때문에 화가 그렇게 났다고요?

 

엘레나가 다른 인물들보다 덜 중요했다고 말하시다니 흥미롭네요. 제가 시간을 재본 건 아니지만, 그녀가 설리번보다는 더 많이 나온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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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녀는 분명 설리번보다 많이 등장했습니다. 언차티드란 게임에서 그녀와 네이선의 결혼 생활은 중요하죠. 하지만 영화 록키도 록키가 주인공이지 애드리안(록키의 연인)에 관한 영화는 아니었잖아요?

 

그녀의 페미니스트 사이트에서 언차티드를 리뷰한 걸 저도 봤습니다. 정말 재밌었죠. 하지만 그들의 논리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게임 내에서 엘레나의 역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녀가 그저 네이선을 억제하고 찬물을 끼얹는, 일종의 방해물 역할만 했다는 거였죠.

 

제 해석은, 아니 적어도 우리들이 의도했던 건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네이선을 억제하는 게 있다면 그건 네이선 자신일 뿐이에요.

 

오히려, 엘레나는 그로 하여금 말레이시아에서 일을 하게끔 설득했죠. 비록 그 일이 불법이긴 했지만요. 엘레나를 가장 화나게 만든 건 네이선이 그녀를 빼놓고 일을 진행하려 한 점이었어요. 그게 사실 언차티의 스토리에서 가장 큰 단점이 되어버리긴 했습니다. 결국 네이선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니까요.

 

 

Q. 어떤 면에서 보면 네이선의 집에서 있던 일이라던가, 회상 장면에서 있었던 일들과 같은 사건들은 마치 이 게임이 라스트 오브 어스의 후속편 같은 느낌을 주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3분의 1정도는 진짜 ‘언차티드’ 스러웠죠. 자동차 추격씬이라던가 무너지는 빌딩에서 탈출하는 것 같은 것을 보면 말입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이 게임은 우리 스튜디오가 진화하는 과정에 함께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차티드 2의 빌리지 씬 같은 경우는 1편에서는 상상도 못한 거였어요. 예를 들어 스타워즈를 봐도, 광선검으로 싸우는 장면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캐릭터들이 이야기하는 장면이 필요 없는 건 아니거든요. 제 생각에 우리는 액션이외의 부분을 다루는데도 점점 자신감이 붙었던 거 같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관계를 설정하는 거였죠. 우리는 DLC인 라스트 오브 어스: Left Behind를 만들면서도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배운 것들을 언차티드를 만드는 데 썼죠. 물론 그 와중에 언차티드의 시원시원한 면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밸런스를 잘 맞춘 것 같아요. 우리만의 DNA를 유지하면서도 진화를 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달까요.

 

또한 사람들이 이러한 캐릭터와 관련된 씬을 보고 액션 파트에 들어가는 것은 더 의미 있는 일이에요. 그냥 좋은 그래픽을 감상하는 거와는 다르죠. 그래서 캐릭터에 대한 투자 역시 같이 이뤄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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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당신은 예전에 단순히 뛰어다니는 게임만을 원하는 사람들은 언차티드를 하던 말던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게임을 만드는 건 아니라고 하셨죠. 저는 그 말이 진심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느 부분이 진실이 아니라는 거죠?

 

 

Q. 그들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부분 말입니다. 저는 당신이 그런 단순한 게임을 원하는 사람들도 신경 써주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저는 이 게임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지, 얼마나 성공할지, 또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해 항상 걱정합니다. 제 생각에 제가 예전에 그렇게 말했던 건,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항상 생기기 때문이었어요.

 

예를 들어, 저는 NeoGAF 같은 곳에서 이번 게임의 초반부를 혹평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서 글을 몇 개 읽었거든요. 게임 진행이 너무 느려서 싫다고 하더라고요. 경매장 씬만 봐도, 그들은 경매가 끝나고 총격전이 일어나기 전까진 게임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들에겐 총격전만 게임인거죠.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저희 게임을 안 한다 해도 저는 괜찮습니다. 단지 그들 대신에 좀 더 스토리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더 많이 해 주길 바랄 뿐이죠.

 

 

Q. NeoGAF 같은 포럼에 있는 코멘트를 읽는 편인가요?

 

그건 제가 병적으로 집착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영화 감독들이 인터뷰 하는 걸 보면, 그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화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 지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저도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을 아무나 초대해서 그들이 플레이하는 걸 지켜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건 당연히 영화관에서 관찰하는 것과 똑같지 않잖아요. 그래서 NeoGAF에 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게임을 하는 지 지켜보는 것이 제 게임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방법 중 하나인 겁니다. 뭐가 잘 먹히고 뭐가 잘 안 먹히는 지를 체크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게임을 받아들이는 지를 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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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유명 게임 포럼 'NeoGAF'

 

 

Q. 언차티드가 처음부터 커버 슈팅 형식의 게임은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언차티드 같은 경우에는 3인칭 슈팅과 격투 액션이 섞여 있는 형태였어요. 에이밍이란 개념도 없었죠. 총을 가지고 적을 록온하고 쏘면 되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약간 펄프 픽션 느낌도 나면서, 적들을 어떻게 조준할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거의 모든 방법들을 시도해봤죠. 만약 록온 방식으로 갈거라면, 사격 챌린지 같은 것들은 어떻게 구현해야 하지? 타이밍 기반으로 가볼까? 그렇게 하면 재미없을 거 같은데.. 등등, 정말 수 개월 동안 여러가지 방식들을 테스트 해 봤습니다.

 

그러다가 엄폐를 했을 때만 조준을 할 수 있게 만들기로 결정했죠.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니까, 갑자기 전투가 훨씬 더 재밌어 졌습니다. 예전에는 찾을 수 없었던 재미가 생겨났죠.

 

그런데 게임을 만들면서 스토리도 집어 넣다 보니까, 세상에, 게임이 너무나 짧아 보이는 거에요. 그래서 전투씬을 많이 추가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게임 사이사이에 잘 집어넣긴 했는데 너무 지나친 감이 있는 거 같아요. 너무 잦은 전투가 게임에 내재된 멋진 스토리를 망쳤다.. 아니 망쳤다는 표현은 너무 심한 거 같고, 방해했다 정도가 적당할 거 같네요.

 

 

Q. 언차티드 4의 도전 과제를 보면 “보물 사냥꾼…?” 이란 트로피가 있습니다. 이는 1000명을 죽였을 때 달성할 수 있는 것인데요, 너티독도 네이선 드레이크가 지금까지 죽인 사람들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 같다는 비판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 개발팀 모두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도전과제를 생각해냈다는 게 스스로 너무 자랑스럽다.” 라고 말이죠. 왜냐하면 저희도 전투를 좀 적게 넣어야 하지 않을까에 대해서 의식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것은 게임의 전반적인 속도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그런 거였지, 언급하신 논쟁에 대해 대답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그런 논쟁이 중요하다고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해왔습니다. 왜 언차티드만 이런 논쟁이 있고 인디아나 존스는 없을까? 하고 말이죠. 처음에는 단순히 죽인 숫자에서 차이가 있어서 그런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인디아나 존스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죽였으니까요. 보통 사람은 살면서 한 번도 살인을 하는 일이 없습니다. 반면에 인디아나 존스는 시리즈 내내 적게 잡아도 12명은 죽였죠. 스타워즈는 또 어떤가요? 한 솔로나 루크 스카이워커 역시도 일종의 연쇄살인마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그들이 스톰트루퍼 몇 명 죽인거에 대해서 사람들은 그냥 웃어넘기죠. 그런데 최신작 깨어난 포스를 보면 회개한 스톰트루퍼가 나옵니다. 그 흰색 헬멧 아래 있는 존재 역시도 사람이라는 거죠.

 

이런 논쟁이 일어나지 않는 곳은, 일종의 정형화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곳에선 사람의 죽음도 진짜 현실과 같은 무게감을 가지지 않죠. 

 

어쨌든 우리는 이 게임을 통해 제3세계의 용병 문제라던가 수 백명을 살해한 것에 대한 대가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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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게임 내에 상자와 사다리가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는데 왜 그렇게 만들었나요?

 

게임 페이스를 맞추기 위해서였어요. 또 게임 내의 동료들과 같이 진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러기도 했고요. 그렇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좋았을까요? 도움닫기를 통해서? 아니면 상자를 통해서? 저는 당신이 뭐라고 말할지 알 거 같네요.

 

 

Q. 제가 뭐라고 말할 지 안다고요?

 

저도 사람들이 비판하는 걸 들었으니까요. 여전히 게임 내에 상자가 너무나 많다고 말이죠. 뿐만 아니라 ‘애당초 어떻게 여기까지 상자 같은 걸 갖다 놓은거지?’ 와 같은 의문도 제기하시더군요.

 

 

Q. 하지만 당신은 이 방법이 캐릭터와 플레이어를 연결시켜 준다고 생각하는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도 엘리 없이는 전투가 안 되게 만든 겁니다. 오랜 시간 동안, 스토리상에서 엘리는 절대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조엘을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러기 전까지는요.

 

그러다가 우리는 깨닫게 된 겁니다. 동료들을 그냥 따라다니게만 만들면 플레이어들은 그들에 대해서 까먹게 된다는 것을요. “와, 나는 얘가 내 주변에 따라다니는 줄로만 알았는데 싸울 때도 개입을 하네?” 라고 깨닫게 해줘야 하는거죠.

 

믿기 힘들겠지만, 원래는 지금 훨씬 더 많은 상자와 사다리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지금이 그나마 많이 줄인 버전인 거에요.

 

이렇게 게임에 넣으려다가 짤린 내용들만 해도 상당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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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물론이죠!

 

제가 이 부분에 대해 다른 분이랑 이야기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원래는 요리를 하는 씬도 있었습니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여러 재료를 섞어서 요리를 만들게 하려고 했었죠. 요리를 맵게 만들 수도 있어서, 그 매운맛의 정도에 따라 대화문도 달라지게 할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이 씬은 짤렸지만요.

 

또 교도소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샘을 찾아다니는 시퀀스도 넣으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그 작업을 해야 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죠.

 

스코틀랜드 지역에서는, 눈싸움을 할 수 있게 하려고 했어요. 실제로도 잘 구현이 됐죠. 아무 데서나 눈을 집은 다음에 샘한테 던질 수가 있었어요. 그러면 샘도 반격을 하고 말이죠. 하지만 게임의 분위기상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빼게 됐습니다. 

 

그리고 타워가 무너지는 장면에서도, 원래는 크레인이 동굴 안으로 추락하는 부분을 추가하려고 했습니다. 크레인 조종석에서 컨트롤러 스틱을 돌려야 탈출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게임 제작은 거의 끝나가고 있는 시점이었고, 그걸 추가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했습니다.

 

에필로그 부분에는 개와 함께 공던지기 놀이를 할 수 있게 하려고 했죠. 밖에 나가면 공이 있고, 그 공을 집서 던지면, 개가 AI에 따라서 집어올 수 있게 말입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구현하려고 했던 부분은 총으로 쏴서 만들 수 있는 지지대에 관한 것이었어요. 무슨 말이냐면, 어떤 지형지물을 총으로 쏘면, 그 부분이 부서지면서 기어올라갈 수 있는 지지대가 생기게 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메카닉에 대한 적절한 이름을 짓기도 어려웠고, 또 탄약이 없다면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있어서 포기하게 됐죠. 비록 실현하진 못했지만 프로토타입을 구상할 땐 정말로 재밌었습니다.  

 

게임의 도입부분인 보트 씬도, 게임제작이 거의 완료될 때까지 결정되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원래는 보트에서 튕겨 나가서, 샘과 헤어지게 된 다음에 해안가까지 수영하게 만들려고 했었죠.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바다에서 길을 잃은 채 몇 분 동안 수영만 하게 되었을 겁니다. 그건 너무 긴 시간이고 굳이 있어야할 이유도 없어서 바꾸기로 한거죠.

 

또 이것도 제가 아쉬워했던 부분입니다. 원래 저택에서, 어린시절의 네이선 형제들이 벽에 걸려있는 칼을 뽑아 장난 삼아 칼싸움 하는 씬도 넣으려고 했었거든요. 마지막 보스전에서 했던 칼싸움과 비슷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결국 짤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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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차티드 4의 스코틀랜드 지역

 

 

Q. 원래 게임의 시작을 보트 추격신으로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 회상 장면부터 시작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나요?

 

네이선의 어린시절 장면부터 시작할려고 했습니다. 수녀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그 장면부터 말이죠. 

 

 

Q. 그것이 사실이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제 생각에 보트 추격신이 괜찮긴 했지만, 언차티드의 오프닝 같지는 않았거든요.

 

보트 추격신을 추가한 게 흥미로운 질문을 많이 유발한 것 같네요. 물론 고아원에서의 플레이가 좀 더 긴장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들은 두 형제가 결국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얘네들이 여기에 오게 된거지?' 라는 의문점을 갖고 게임을 할수록, 사람들은 더 쉽게 스토리에 몰입하게 되니까요.

 

이에 비해 보트 추격신은 좀 더 스릴과 액션감을 줍니다. 처음에 그런걸 보여주면 이후에는 천천히 시간을 갖고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죠. 오프닝에서의 액션은 그냥 맛배기만 보여준 거니까요.

 

 

Q. 만약 언차티드 4 감독판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당신은 앞에서 말한 그런 컷신들을 넣을 건가요?

 

제가 언차티드에 아쉬워하는 점이 하나 있다면, 앞서 말했듯이 어린 네이선 형제들이 칼싸움하는 장면을 넣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거야말로 게임 페이스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넣을 수 있었던 유일한 요소였는데 말이죠.

 

개발 막바지에 다다르면, 모든 것들을 점검하고 스토리가 제대로 전달되는 지 확인해야 합니다. 뭔가를 더 넣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말이죠. 개발자라면 때때로 그런 어려운 선택들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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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사 레벨 파이브, 2018년엔 스위치에 집중한다

레벨 파이브의 대표작 '요괴워치'   ​ 원문: Nintendo Everything       썬더 일레븐, 요괴워치로 유명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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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제로 던 컴플리트 에디션 무료 배포 시작

  소니는 플레이 앳 홈 캠페인으로 호라이즌 제로 던 컴플리트 에디션을 무료로 배포합니다. 에일로이가 기계가 돌아다니는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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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골롭: X-COM 시리즈의 창시자가 말하는 X-COM

  ​​​​​​ 원문: gamesTM     1994년, 줄리안 골롭(Julian Gollop)은 SF기반 전략 게임인 UFO: 에너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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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시게루: 업계의 전설이 말하는 게임 디자인

    간만에 유튜브에 좋은 인터뷰가 떠서 번역해 보았습니다.       * 원 저작자의 영상에 자막 제...